보도자료

[의학신문] 한국췌장장애인협회 박석오 공동회장 특별기고 / 1형당뇨병 등의 ‘췌장장애’ 인정, 의미와 과제

한국췌장장애인협회 2026. 6. 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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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신문] 한국췌장장애인협회 박석오 공동회장 특별기고 / 1형당뇨병 등의 ‘췌장장애’ 인정, 의미와 과제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인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62만 8천 명, 그러니까 우리나라 인구의 5.1% 이상이 장애인으로 분류된다.

올해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가장 주목할 사건은 역시 정부의 “췌장장애” 인정 선언이다. 췌장은 우리 몸의 혈당 조절과 소화효소 분비 등을 담당하는 핵심 장기다. 그 기능이 멈추는 순간 생명이 위험하거나 일상에서 막대한 제약이 따른다. 대표적인 예가 1형당뇨병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거의 혹은 전혀 안 돼서 평생 저혈당 쇼크와 고혈당 합병증의 위험을 함께 안고 살아야 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으면 장기적인 건강 악화 우려는 물론 당장의 생명도 담보할 수 없다.

1형당뇨병 등 심각한 당뇨병을 췌장의 장애 상태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단법인 대한당뇨병연합 주최 1차 국회토론회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로 참석한 서미화 패널(현재 22대 국회의원이다)의 1형당뇨병의 장애 인정 필요성에 대한 발언이 실질적인 시발점이었다. 그리고 2021년부터 시작된 대한당뇨병연합,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등 8개 전문가 단체의 췌장장애 근거 개발 연구, 그 결과를 기반으로 한 국회 기자간담회, 국정감사, 정책토론회 등을 통한 문제 제기와 정책제안서 개발 및 전달 등이 이어졌다. 정•관계,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노력이 그렇게 8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환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췌장장애라는 새로운 장애 범주를 인정한 우리 정부에도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애 범주가 새로 추가된 것은 무려 23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정부가 큰 결단을 내려 준 것이다. 췌장장애의 시대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작되는 췌장장애 등록과 함께 새롭게 열린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평생을 함께하는 의료인으로서, 그간의 소회를 넘어 이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은 행정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빠른 피드백의 반영이 필요하다. 7월부터 시작될 장애등록 심사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그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협회뿐만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에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안내가 병행되었으면 한다. 특히 초기 등록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병목 현상에 대해 의료 현장과 환자들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장애인정 기준 마련과 절차의 정립도 중요한 과제다. 정부가 현재 C-펩타이드 수치 등을 근거로 장애 등급을 나누려 한다. 물론 충분히 의미 있는 지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초기 1형당뇨병 환자는 아예 배제되거나 췌장 이식환자는 심하지 않은 장애로 강등되는 등 실제 일상이나 혈당관리 과정에 어려움이 큰 환자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1형당뇨병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실질적인 치료 접근성 개선도 여전히 필요하다. 췌장장애 인정은 말 그대로 국가로부터 1형당뇨병 등이 “췌장에 발생한, 평생 회복 불가한 손상”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한 경우 성인이 되어서 증상이 개선되지도 않고 관리의 난이도는 여전하다. 하지만 현재 인슐린펌프나 연속혈당측정기 등에 대한 건강보험을 통한 지원은 18세가 넘으면서 급격히 줄어든다.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 의료기기에 대한 현금급여(요양비)가 아닌 현물급여(요양급여)로의 전환, 환자 교육에 대한 수가 인정 등을 통해 환자들이 의료기기 사용법을 병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받아 정확히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필자를 비롯한 의료인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환자들의 고통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제도가 원활하게 환자들을 위한 혜택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기존에 환자의 건강 증진에 매진하는 일에 더해, 환자와 제도를 잇는 가교의 역할이 더해졌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췌장장애 관련 정책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꿔 나가는 과정에서도 의료인이 작지 않은 몫을 수행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바도 있다. 1형당뇨병 환자, 혹은 췌장장애인으로서 앞으로도 쉽게 메꿔지지 않을 간극은 결국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온다. 췌장 장애를 비롯한 내부장애(신장, 심장 등 내부장기 장애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환자는 그 상태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경계인으로서의 편견과 차별에 노출될 수 있다. “불편하다면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나” 혹은 “멀쩡한데 무슨 장애인인가?” 같은 말들을 동시에 들을 수도 있다. 필자도 진료실의 환자들을 통해 수없이 전해 들은 말들이다. 시간이 들더라도, 소통과 공감을 통해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당사자인 췌장장애인 스스로의 책임도 남아 있다. 상기한 바와 같이 정부도 큰 결단을 내렸다. 이에 부응해 췌장장애인 역시 여타 장애인 그리고 장애에 준하는 고통을 받는 환자들과 공감하고 공존하는 삶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췌장장애 인정이 단순히 몇몇 환자들을 위한 혜택으로 끝나지 않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다져 진정한 의미의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상만 기자

smlee@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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